본문 바로가기
도서, 책

설득의 심리학 - PART 3 일관성의 원칙 - 수고의 효과

by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2024. 2. 18.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PART 3 일관성의 원칙

 

- 수고의 효과

 

입장 정립에 더 많이 노력할수록 태도 또한 확연히 달라진다는 사실 도 밝혀졌다. 그 증거는 우리 주변은 물론이고 저 멀리 원시부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신문의 공연 정보란부터 살펴 보자. 대중음악 콘서트 광고가 실렸는데 가장 중요한 티켓 가격 정보가 빠져 있다. 공연 기획자가 입장권 가격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 까? 고가의 티켓 가격에 팬들이 구매할 엄두를 내지 못할까 두려워 그랬 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전화를 걸거나 티켓 판 매처를 방문해 티켓 가격을 곧바로 확인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연 기획자는 잠재 고객들이 그런 식으로 전화나 방문 을 하고 나면 티켓 구매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티켓 가격을 확인하려고 전화를 거는 행동 자체가 이미 콘서트에 대한 첫 번 째 입장 정립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통화 중 신호가 울릴 때마다 다시 버 튼을 누르면서 한참을 기다린 수고를 덧붙여보라. 티켓 가격을 공개할 무렵이면 팬들은 이미 공연 기획자가 원하는 바로 그 상태가 돼 있을 것 이다. 즉, 공연을 위해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그리고 수고스럽게 헌신 한 상태 말이다.

 

수고스러운 입장 정립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는 좀 더 멀리 떨어 진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프리카 남부의 통가 Thonga 부족은 복잡 한 성년의식을 통과한 소년만 부족의 남자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풍습이 있다. 원시부족 소년들이 대부분 그렇듯 통가족 소년도 정식으로 부족 사회의 일원이 되려면 엄청난 시런을 이겨내야 한다. 인류학자 와이팅 Whiting, 클럭혼Kuchhon, 앤서니 Anthony는 소년들이 겪어야 하는 석 달간의 험난한 과정을 다음과 같이 생생하게 묘사했다 1958

 

남자아이가 10살에서 16살 정도에 이르면 부모는 아이를 4~5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할례 학교 (rcumcsion schoo 에 보낸다. 남자아이는 그곳에서 또래들과 함께 부족의 성인 남성들이 부과하는 호된 신고식을 치른다.

 

성년의식의 첫 단계는 두 줄로 늘어선 어른들한테 몽둥이로 두들겨 맞 는 것이다. 흠씬 맞고 나서 옷을 모두 벗고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다. 그 러고 나면 사자갈기를 뒤집어쓴 '사자 인간'이 나타나 널찍한 바위 위에 남자아이와 마주 앉는다. 남자아이가 뒤통수를 한 대 맞고 깜짝 놀라 뒤 를 돌아보는 순간 사자 인간이 순식간에 남자아이 생식기의 포피를 잘 라내 할례를 끝낸다. 할례가 끝난 아이는 이후 석 달 동안 오직 입문자 들만 접근하는 '신비의 광야'에 격리된다.

 

남자아이는 성년의식을 치르는 동안 매질과 추위, 갈증, 혐오 식품, 처 벌, 살해 위협이라는 여섯 가지 혹독한 시련을 통과해야 한다. 아주 사 소한 잘못을 저지르기만 해도 남자아이는 특별히 매질의 임무를 부여받 은 선배한테 구타를 당한다. 추운 날씨에 이불도 없이 자면서 추위를 견 뎌야 한다. 석 달 동안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한다. 영양의 위에서 끄집어 낸 반쯤 소화된 역겨운 풀을 음식 위에 뿌려서 먹어야 한다. 성년의식과 관련한 중요 규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심한 처벌을 받는다.

예를 들면 규 칙을 위반한 소년에게는 두 손가락 사이에 막대를 끼운 다음 힘이 센 성 인 남성이 소년의 손가락이 거의 부러질 때까지 압박을 가하며 고통을 준다. 또한 탈출을 시도하거나 성년의식의 비밀을 여자나 미성년자에게 . 누설하는 자는 목을 매달고 시체를 태워버리겠다고 위협한다

 

언뜻 보면 참 터무니없고 괴상한 관습이다. 그러나 좀 더 살펴보면 미 국 대학교의 사교클럽(fraternity, 그리스어로 '형제애'를 뜻하는 오랜 전통의 사 교모임으로 가입 조건이 까다롭고 대부분의 회원들이 전용 기숙사에서 공동체 생 활을 한다 - 옮긴이) 등에서 흔히 이뤄지는 입회의식과 기본 원리는 물론 세부사항까지 놀랄 만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대학교의 전통 행사인 '지옥 주간 Hel Weck 동안 사교클럽 예비회원들은 선배들이 부과 하는 다양한 활동에서 체력과 정신력, 수치심의 한계를 평가받는다. 일 주일 동안 모든 시련을 통과한 후보만 정식 회원으로 인정받는다. 그런 시런을 겪고 나면 보통 지독한 피로와 탈진을 경험하는데, 훨씬 심각한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Denizet-lewis, 2005.

 

흥미로운 점은 '지옥 주간' 활동의 특징과 원시부족 성년의식의 특징 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것이다. 통가족 청소년들이 '신비의 광야'에 머 물며 견뎌야 하는 여섯 가지 시련에 대해 인류학자들이 정리해놓은 내 용을 떠올려보라. 신문 기사 등에서 그리스 이름을 딴 미국 학교의 사고 클럽 입회의식에서도 그와 유사한 행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독자 편지 3.3

캐나다에서 어느 대학 교수가 보낸 편지 지금 막 신문에서 어떤 식당 주인이 '공개적 입장 정립'을 통해 예약만 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골치 아픈 손님 문제를 해결했다는 기사를 읽었 습니다. 식당 주인이 이 책을 이미 읽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확실 히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입장 정립에 따른 일관성 유지' 원칙에 완벽하 게 맞아떨어지는 조치였습니다. 식당 주인은 예약 담당자에게 예약을 받을 때 "예약 변경이나 취소를 원하시면 미리 전화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예약 변경이나 취소를 원하시면 미리 전화를 주시겠습니 까?"라고 묻고 나서 잠시 기다리며 답변을 들으라고 지시했답니다. 그러 자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예약 손님 비율이 30퍼센트에서 10퍼센 트로 급감했다고 합니다.

 

저자의 한마디

말 한마디 바꿨을 뿐인데 어떻게 그런 큰 변화가 일어났을까? 예약 변 경이나 취소를 원할 때 다시 전화해달라고 요청한 다음 잠시 기다리며 손님의 약속을 받아낸 것이 주효했다. 고객에게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하게 함으로써 고객이 약속을 지킬 확률을 높인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 영리한 식당 주인은 시카고에서 고든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고든 싱 클레어Gordon Sinclair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