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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책

설득의 심리학 - PART 3 일관성의 원칙 - 내적선택

by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2024. 2. 20.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PART 3 일관성의 원칙

 

- 내적선택

중국 공산당의 세뇌 작업과 대학 사교클럽의 입회의식 등 다양한 활 동을 살펴보면서 입장 정립과 헌신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었다. 사람의 자아 이미지와 장래 행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적 극적이고 공개적이며 수고스러운 입장 정립인 듯하다. 그러나 효과적인 입장 정립을 위해 위의 세 가지를 합한 것보다 더 중요한 뭔가가 필요하 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면 먼저 중공군 심문관과 대학 사교클럽 회원들의 행동에 나타난 두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첫 번째 수수께끼는 사교클럽들이 왜 입회의식에 사회봉사활동을 절 대 포함시키지 않는지에 관한 문제다. 워커의 연구 1967에 따르면 사고클 럽들은 비교적 자주 사회봉사활동을 하면서도 봉사활동과 입회의식을 철저히 분리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교클럽들이 입회의식에서 원 하는 것이 수고스러운 입장 정립이라면, 예비회원들을 위해 어렵고 힘 든 봉사활동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양로원 수리 작업이나 정신병원 마당 손질, 병원 변기 청소 같은 일들 말이다. 게다가 시민정신 을 발휘한 이런 종류의 활동은 사교클럽 지옥 주간 행사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옥 주간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와 부정적인 기사 의 비율이 1대 5에 달한다고 한다 halen, 1951. 따라서 홍보를 위해서라면 사교클럽들은 입회의식에 사회봉사활동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두 번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중공군의 포로수용소에서 미군 포 로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정치 백일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공군은 되도록 많은 미군 포로가 백일장에 참가해 공산주의에 우호적인 진술을 해주길 원했다. 하지만 최대한 많은 미군 포로가 백일장에서 공개적 입 장 표명을 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상품이 왜 그렇게 보잘것없 었을까?

수상자가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라야 보통 담배 몇 개비, 과일 몇 개가 전부였다. 물론 수용소 환경에서는 그런 상품이 가치가 없지는 않겠지만 훨씬 더 큰 보상도 가능했을 것이다. 따뜻한 의복이나 우편물 발송의 특권, 보다 자유로운 수용소 생활 보장 등을 내걸었다면 백일장 참가자 수가 훨씬 늘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공군은 동기부여 가 확실한 큰 상품 대신 일부러 작은 상품만 선택했다.

 

상황 자체는 크게 다르지만, 사교클럽이 사회봉사활동을 입회의식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중공군이 작은 상품만 내걸어 미군 포로들의 백일 장 참가 유인을 줄인 것과 같은 이유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선택을 온전 히' 책임지기 바란 것이다. 어떤 핑계나 변명도 허용되지 않는다. 호된 신고식을 치른 예비회원에게 그것이 자선활동이었다고 생각할 여지를 주어선 안 된다. 작문에 반미적인 내용을 덧붙인 미군 포로도 그것이 대 단한 상품을 받기 위한 위장술이었다고 둘러댈 수 없어야 한다. 사고를 럽과 중공군 모두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 역지로 상대의 입장 정립과 헌 신을 짜낸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내적 책임 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중공군이 미군 포로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정치 백일장 을 선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자 들을 무차별 학살한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글짓기 대회가 봇물을 이 뤘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베이징만 해도 국영 신문사와 방송 국들이 '반혁명 반란의 진압'에 관한 글짓기 대회를 후원했다.

 

그러나 이 런 종류의 공개적인 입장 표명에 대해 보잘것없이 보상하는 중국 정부 의 통찰력 넘치는 전통에 따라 입상 상품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 었다.

사회과학자들은 "우리는 강력한 외부 압력 없이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행동에 대해서만 내적 책임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큰 보상 역 시 그런 외부 압력 중 하나다. 큰 보상에 따라 특정한 행동을 할 수는 있 지만 그 행동에 대해 내적 책임을 느끼지는 못한다.' 결과적으로 적극적 인 입장 정립은 불가능하다. 강력한 위협도 마찬가지 작용을 한다. 즉각 적인 복종은 이끌어낼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헌신은 유도하기 어렵다.

 

이런 사실들은 자녀 양육과 관련해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자녀가 어 떤 규칙을 정말 믿고 따르도록 이끌고 싶다면 지나친 선물 공세나 지나 친 위협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 외부 압력은 일시적인 복종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일시적인 복종 이상을 원한다면, 다시 말해 자녀가 진심으로 그 규칙에 동의하고 부모가 옆에서 외적 압력 을 가하지 않을 때도 계속 규칙을 따르게 하고 싶다면, 반드시 자녀가 규 칙에 대해 내적 책임을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 조선 프리드먼(onahan Brediman, 19s의 실험은 이런 관점에서 자녀를 키울 때 해야 할 일과 해서 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 단서를 제공한다.

프리드먼은 2~4학년 남자아이들을 대상으로 멋진 장난감을 갖고 놀 지 못하게 한 후, 그 효력이 6주 후까지 지속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그 또래의 남자아이들을 다뤄본 사람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 겠지만 프리드먼은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다.

 

아이들한테 금지된 장난감 을 가지고 노는 것이 나쁘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면 틀림없이 나중 에도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문제는 남자아 이들에게 해당 장난감, 배터리로 작동하는 최고급 로봇을 갖고 노는 것 이 나쁘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일이었다.

 

남자아이를 일시적으로 복종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금지된 장난 감을 갖고 놀다 들키면 심한 벌을 받을 거라고 위협만 하면 됐다. 프리드 먼은 자신이 언제든 달려와 벌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한 감히 로봇을 갖고 놀려고 시도하는 아이는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프리드먼은 남자아이한테 장난감 5개를 보여주면서 "로봇을 갖고 노는 건 나쁜 짓이야. 네가 저 로봇을 갖고 놀면 아저씨가 엄청 화 가 나서 달려와 벌을 줄 거야."라고 말한 후 잠시 방을 비웠다. 그리고 밖 에서 반투명 거울을 통해 방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 그는 22명의 남자아 이를 대상으로 이런 식의 위협 전략을 사용했는데, 그가 방을 비운 동안

21명의 아이가 로봇에 손을 대지 않았다.

 

남자아이가 들키면 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한 강한 위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물론 프리드먼도 예상한 바였다. 사실 그의 진짜 관심은 나중에 자신이 없을 때에도 위협의 효과가 지속되는지였다. 그래서 실 험을 종료한 후 6주가 지난 시점에 한 젊은 여성 연구원을 남자아이들의 학교로 파견했다. 여성 연구원은 남자아이들을 한 번에 한 사람씩 교실 밖으로 불러내 실험을 실시했다.

 

프리드먼의 실험과 관련이 있다는 말 은 전혀 하지 않고 남자아이들을 장난감 5개가 있는 방으로 데리고 가서 그림을 그리게 했다. 연구원은 남자아이들에게 자신이 그림을 평가하는 동안 방 안에 있는 아무 장난감이나 갖고 놀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이 장난감을 집어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장난감을 집어 든 남자아이들 중 77퍼센트가 6주 전 금지당했던 로봇을 선택했다는 것 이다. 6주 전에는 그토록 성공적이었던 프리드먼의 강한 위협이 더 이상 그가 옆에서 벌을 주지 않는 상황이 되자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프리드먼의 실험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집단의 남자아이 들을 대상으로 방법을 약간 바꿔 다시 한 번 실험을 실시했다. 이번에도 장난감 5개를 보여주며 자신이 방을 비운 동안 로봇을 갖고 놀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로봇을 갖고 노는 건 나쁜 짓이야."라고만 말해뒀다. 이번 에는 남자아이를 복종시키는 강한 위험을 가하지 않았다. 곧바로 방을 나가 반투명 거울로 아이들이 로봇을 가지고 놀지 말라는 지시를 따르 는지 지켜봤다. 이전 실험과 마찬가지로 프리드먼이 자리를 비운 사이 로봇을 만진 아이는 22명 중 1명이었다.

두 집단 사이의 진짜 차이는 그로부터 6주 후 아이들이 프리드먼의 감 시가 없는 상태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게 됐을 때 나타났다. 놀라운 결과는 로봇을 갖고 놀지 말라는 강한 위험을 받지 않은 아이들한테서 나타 났다. 이들은 원하는 아무 장난감이나 갖고 놀라고 했는데도 대부분 로 봇 장난감을 피했다. 로봇이 5개의 장난감(싸구려 플라스틱 잠수함, 공 없는 어린이용 야구 글러브, 총알 없는 장난감 소총, 장난감 트랙터) 중 가장 매력적 인 장난감이었는데도 말이다. 이 5개의 장난감 중에서 로봇을 선택한 아 이는 33퍼센트뿐이었다.

 

두 집단 모두 극적인 사건을 경험했다. 첫 번째 집단의 경우 프리드먼 이 로봇을 갖고 노는 것은 나쁜' 짓이라는 교훈을 강조하기 위해 덧붙인 강한 위협이었다. 이 위협은 프리드먼이 규칙 위반 여부를 감시하는 동 안에는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프리드먼이 더 이상 아이 들을 감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의 위협은 무력해졌고 결국 규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아이들이 위협을 통해 배운 것은 로봇을 갖고 노는 것 이 나쁜 짓이라는 교훈이 아니라 벌 받을 가능성이 있을 때는 로봇을 갖 고 놀면 안 된다는 꾀바름뿐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집단이 경험한 극적인 사건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 적인 것이었다. 프리드먼은 이들에게도 로봇을 갖고 노는 것은 나쁜 짓 이라고 가르쳤지만 규칙을 위반하면 벌을 받는다고 위협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두 가지 중요한 결과가 나왔다.

첫째, 프리드먼의 가르침만으로 도 아이들은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았다. 둘째, 아이들은 프리드먼이 없는 동안 로봇을 만지지 않기로 한 자신의 선택 에 대해 내적 책임을 느꼈다. 로봇을 갖고 놀지 않은 것은 '스스로' 그러 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처벌의 위협이 없는 상황에 서는 로봇을 만지지 않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6주 후 프리드먼이 곁에 없는데도 아이들은 로봇에 손을 대지 않았다. 로봇을 갖고 놀고 싶지 않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프리드먼의 연구는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 다. 딸아이에게 거짓말은 나쁜 짓이라고 가르치고 싶은 부모를 예로 들 어보자. 부모가 곁에 있을 때나 아이가 들킬 염려가 있다고 생각할 때에 는 강하고 분명한 위협("얘야, 거짓말은 나쁜 짓이야.

만약 거짓말하다 들키면 큰 벌을 줄 거야.)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 '스스로' 거짓말은 나쁜 짓이라고 생각해서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하는 한 차원 높은 목표 는 달성하지 못한다. 원하는 효과를 얻으려면 훨씬 더 섬세한 접근 방법 이 필요하다. 아이가 항상 신뢰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면서도 바로 그것 이 신뢰의 이유라고 생각할 정도로 분명하지 않은 이유를 제시해야 한 다.

 

이는 대단히 까다로운 일이다. 그런 아슬아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이유는 아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한테는 간단한 부탁("애야, 거짓말은 나쁜 짓이야. 그러니까 네가 거짓말을 안 하면 좋겠어.)이면 충분하 겠지만, 어떤 아이한테는 좀 더 강력한 이유("네가 거짓말을 하면, 난 너한 테 실망하게 될 테니까.")를 덧붙여야 하며, 또 다른 아이한테는 약간의 경 고("네가 거짓말을 하면 나도 하고 싶지 않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도 몰라.) 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현명한 부모라면 어떤 종류의 이유가 자신의 자 녀에게 가장 적합할지 알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처음에 아이한테 서 부모가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그 행동에 대해 개인적 책 임을 느끼도록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 압력을 가장 적게 느끼는 이유가 가장 좋다. 가장 적합한 이유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틀림없이 그만한 보상이 따를 것이다. 단기적인 복종과 장기적 인 입장 정립의 차이라고나 할까? 새뮤얼 버틀러Samuel Buter가 300년 전 에 말했듯이 의지에 거스르는 동의를 한 사람은 전혀 의견이 바뀐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