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PART 3 일관성의 원칙
'한 발 들이밀기'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상대의 사소한 입장 정립을 이 용해 자아 이미지를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열광한다. 이를 통해 평범 한 시민을 '모범 시민'으로, 잠재 고객'을 '진짜 고객'으로, 전쟁포로를 협 력자'로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자아 이미지를 자신이 원 하는 방향으로 조작할 수 있다면, 상대를 새로운 자아 이미지와 일치하 는 온갖 종류의 요구에 자연스럽게 따르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입장 정립이 자아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입 장 정립이 이런 효과를 발휘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다. 적극적 이고, 공개적이며, 수고스럽고, 자발적이어야 한다. 중공군의 의도는 단 순히 포로들로부터 정보를 캐내는 것이 아니었다. 미군 포로를 세뇌해 그들 자신, 미국의 정치 체제, 미국이 전쟁에서 맡은 역할 그리고 공산주 의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 목적이었다. 한국전쟁 직후 송환 포로 심사를 담당했던 신경심리평가단 단장 헨리 시절 Henty Stegil 박사는 포로들의 전쟁에 관한 신념이 상당히 많이 변했다고 보고했다. 포로들 의 정치적 태도가 심각한 침해를 당했던 것이다.
많은 포로들이 중국 공산당에 반감을 표시했지만, 동시에 중국 공산 당이 '중국에서 이룩한 성과'에 대해서는 찬양했다. 일부는 공산주의는 미국에서는 효과가 없지만 아시아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Segal, 1954, P. 360.
중공군의 진짜 목적은 최소한 당분간만이라도 포로들의 감성과 지성 을 바꿔놓는 것이었다. 그들의 성과를 '변절과 배신, 태도와 신념의 변 화, 규율, 사기, 활력의 저하, 미국의 역할에 대한 의심'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하자면, 시걸은 그들의 시도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결론지었 다. 중공군의 세뇌 방법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 마법 같은 행동
상대의 감정과 신념을 파악할 수 있는 진짜 증거는 말보다 행동에서 나온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상대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 해야 한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타인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싶을 때도 똑같은 증거, 즉 자신의 행동을 이용한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 태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천은 바로
한 사람의 현재 행동이 자아 개념과 장래 행동에 파상적인 영향을 미 친다는 사실은 적극적 입장 정립과 소극적 입장 정립이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Mon e Medt, 0a Fao Surman & Hot, 1002. 한 대학생 집단이 지역 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에이즈 교육프로젝트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연구진은 대학생 절반에게는 스스로 참 가신청서를 기입해 적극적으로 자원하게 했고, 나머지 절반은 참가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참가신청서를 작성하지 않도록 한 뒤 억지로 자원하게 했다. 사나흘 후 자원봉사를 시작하라는 요청에 실제로 봉사 하러 나온 대부분(74퍼센트)은 적극적으로 참가 신청을 한 학생들이었다.
더욱이 적극적으로 자원한 학생들은 자신의 참가 결정을 개인적인 가치 관, 선호, 특성 등과 관련지어 설명하는 성향도 높았다 coth & Camer, 19%.
다시 말해 적극적인 입장 정립은 우리가 자아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사 용할 정보를 제공하고, 그렇게 형성된 자아 이미지는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지으며, 결정된 행동들이 다시 새로운 자아 이미지를 강화하는 방 식으로 작용한다.
이런 방식으로 자아 이미지를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 했던 중공군은 포로수용소 생활에서 미군 포로들이 중공군에게 바람직 한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했다. 오래지 않아 중공군은 이런 행동들이 포로들의 자아 이미지 또한 자신의 행동과 일치하는 방 향으로 인식을 바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중공군이 지속적으로 미군 포로들에게 부과한 입장 정립 행동 가운데 하나는 바로 작문이었다. 중공군은 미군 포로들이 중공군의 논리를 조 용히 듣거나 말로 시인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항상 강제로 문서를 작 성하도록 했다. 샤인 956은 중공군의 주요 세뇌 기술 중 하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음엔 포로에게 질문과 그에 대한 '친공산주의적인' 답변을 문서로 작성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포로가 자발적으로 답변을 적지 않으면 다른 공책을 보고 답변을 베껴 쓰라고 요구했는데, 포로는 그 정도는 별로 해 로울 것 없는 양보라 생각하고 따랐음에 틀림없다,
'해로울 것 없는' 양보라니. 겉보기엔 사소해 보이는 입장 정립이 어떻 게 그와 일관된 행동들을 이끌어내는지 우리는 이미 살펴봤다. 입장 정 립의 도구로 문서 작성은 장점이 매우 크다. 첫째, 자신의 행동에 대한 물리적 증거가 된다. 일단 중공군이 원하는 대로 문서를 작성하면 미군 포로는 자신의 행동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순전히 말만 했을 때와 달리 글이라는 증거를 남긴다면 자신의 행동을 잊어버리거나 부인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자신의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문서로 남았으므로 미군 포 로는 자신의 신념과 자아 이미지를 자신이 이미 저지른 부정할 수 없는 행동과 일치시키게 된다. 둘째, 작성된 문서를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할 수 있다. 당연히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들의 태도를 문서에서 제시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무엇보다 문서를 작성한 사람이 자신의 신념을 솔직하게 글에 담았다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가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 작성한 문서에는 그 사람의 진실한 태도가 담겨 있 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caront, 2003 . 놀라운 점은 문서를 자의로 작 성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계속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심리학자 에드워드 존스(eamand one 와 제임스 해리스 mes mi의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07. 연구진은 피험자들에 게 피델 카스트로 riud Chato 에 대해 호감을 표현한 에세이를 한 편 보여주 고 저자의 진실한 감정을 추측해보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일부 피험 자들에게 친카스트로적인 에세이를 저자가 자의로 썼다고 이야기한 반 면, 다른 피험자들에게는 저자가 타의로 어쩔 수 없이 썼다고 이야기했 다. 의아한 점은 저자가 타의로 친카스트로적인 에세이를 썼다는 사실 을 알고 있는 피험자들조차 저자가 카스트로를 좋아한다고 추측했다는 사실이다. 신념을 담은 글은 그 글을 읽는 사람들한테서 '누르면, 작동하 는' 자동반응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 는 한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글에 저자의 진심이 담겨 있다 고 생각한다 Alison, Mackie, Muller & Worth,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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