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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 part 2 상호성의 원칙 - 상호 양보와 대조 원리 그리고 워터게이트 사건의 미스터리

by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2024. 2. 18.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part 2 상호성의 원칙

 

- 상호 양보와 대조 원리 그리고 워터게이트 사건의 미스터리

 

 '거절 후 양보'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가 상호성의 원칙 때문이 라는 점은 앞에서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몇 가지 다른 요인도 효과에 영 향을 미친다. 첫 번째 요인은 PART 1에서 살펴본 인지적 대조 원리와 관련이 있다.

 

대조 원리란 값비싼 양복을 구매하기 '전'이 아니라 '후에 스웨터를 구매할 경우 돈을 더 많이 쓰는 현상을 설명하는 원리다. 고가의 제품을 먼저 접했기에 저가의 제품이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큰 부탁을 먼저 하고 나중에 작은 부탁을 하면 대조 원리에 따라 작은 부탁이 큰 부탁에 비해 더 작게 느껴진다. 5달러를 빌리고 싶을 때는 먼저 10달러를 빌려달라고 부탁하면 5달러를 실제 보다 적은 금액으로 느끼게 할 수 있다.

이 전략의 장점 중 한 가지는 먼저 10달러를 부탁했다가 한발 물러나 5달러를 부탁하면서 상호성의 원 칙과 대조 원리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10달러 제시 후 금액을 낮춰 5달러를 빌려달라는 부탁은 상대한테 뭔가 보답해야 할 양보 로 보일 뿐 아니라 다짜고짜 5달러를 빌려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보다 금 액도 더 적어 보인다.

 

상호성의 원칙과 인지적 대조 원리가 거절 후 양보전략을 통해 결합 하면 가공할 만한 위력을 발휘한다. 우리 시대 최악의 정치 공작 중 하나 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을 파멸로 이끌었던 워터게이트 사건 역시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워터게이트 사건이란 닉슨 대 통령의 재선을 획책하던 비밀공작반이 당시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인 위터게이트 건물에 불법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이 다. 당시 불법침입 결정에 관여했던 사람 중 하나인 제프 스튜어트 매그 루더.cp sar Megrader는 워터게이트 침입 작전이 발각됐다는 보고를 듣고 당연한 일이지만 몹시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우리가 그토록 어이없는 결정을 내렸을까?" 정말이지 어떻게 그랬을까?

불법침입 작전이 당시 닉슨 행정부에 얼마나 어이없고 황당한 결정이 었는지 다음 몇 가지 사실만 살펴보면 알 수 있다.

 

- 불법침입 계획은 당시 대통령재선위원회 cREEr의 정보수집 담당자 G.
고든 리디c. Gordon Liddy 의 아이디어였다. 리디는 행정부 고위 인사들 사이에 괴짜'로 유명한 인물이었고, 신뢰성이나 판단력 면에서도 여 러모로 의심받고 있었다.

- 리디의 계획은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추적이 불가능한 현금으로 25 만 달러의 예산이 필요했다.

 

- 대통령재선위원회의 위원장 존 미첼john Michel과 그의 보좌관인 매그 루더와 프레더릭 라루 rederick LaRiue 등이 회의를 열어 리디의 계획을 승인한 3월 하순 무렵은 11월 대선에서 닉슨이 재선에 성공할 전망 이 그 어느 때보다 밝은 시점이었다. 초기 여론 조사에서 닉슨에 맞설 경쟁자로 유일하게 점쳐졌던 민주당 경선 후보 에드먼드 머스키Eamund Mikic는 예비선거에서 뜻밖의 고배를 마셨는데, 이는 가장 만 만한 후보인 조지 맥거번 ceoge Ncovem 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 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따라서 공화당의 승리는 거의 확실해 보였다.

- 침입 작전 자체도 참여 인원 10명에 대한 철저한 보안 유지가 필요한 위험한 일이었다.

- 불법침입과 도청의 대상이었던 민주당 전국위원회와 회장 로렌스 오브라이언 Lawrence OBrien의 워터게이트 사무실에는 현직 대통령을 낙마시킬 만한 위력적인 정보가 없었다. 닉슨 정부가 '엄청나게' 어 리석은 짓을 저지르지 않는 한 민주당이 그런 정보를 입수할 가능성 도 없었다.

 

이런 부정적 이유가 있었음에도 판단력조차 의심받던 한 '괴짜'가 제안 한 비용도 많이 들고, 불확실하고, 무의미하며, 장차 심각한 재앙을 불러 올 수도 있는 계획이 무리 없이 통과됐다. 미첼이나 매그루더처럼 지적이고 교양있는 인물들이 어째서 그런 '엄청나게'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을까?

아마도 그 답은 세상에 거의 알려진 적이 없는 다음 사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승인한 25만 달러짜리 계획은 리디의 첫 번째 제 안이 아니었다. 리디의 입장에서 볼 때 그 계획은 훨씬 큰 규모의 두 가 지 계획을 양보한 결과였다. 두 달 전 리디가 미첼, 매그루더, 존 joim Dean 과의 회의석상에서 처음 제안한 내용은 (워터게이트 불법침입과 도청 외 에도) 특수 통신장치를 탑재한 '추격기, 납치, 습격, 민주당 정치가들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고급 콜걸'을 태운 호화 요트 등을 포함한 100만 달러짜리 계획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리디가 미겔, 매그루더, 딘에 게 다시 제안한 두 번째 계획은 첫 번째 계획에서 몇 가지 프로그램을 제 외하고 비용도 50만 달리로 축소됐다. 리디는 두 계획이 모두 거절되자 미첼과 매그루더, 프레더릭 라루에게 제법 저렴한 25만 달러짜리 계획 을 제시했다. 황당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앞의 두 계획에 비하면 한결 그 럴듯해 보이는 마지막 계획은 그렇게 통과됐다.

 

워터게이트 조사위원회에서 리디의 계획이 통과된 회의와 관련해서 가장 믿을 만한 증언이라고 평가한 제프 매그루더의 증언을 검토해보면 중요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매그루더의 보고 197에 따르면, "우리 중 누구도 리디의 계획에 적극 찬성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100만 달러라 는 엄청난 금액에서 시작했기에 25만 달러 정도면 수용 가능한 금액이 라고 생각했다. ·•···리디를 빈손으로 돌려보내기 곤란했던 것이다." 미 첼은 좋아, 100만 달러의 1/4만 내주고 뭘 들고 오나 보자라는 의미로 리디에게 뭔가 작은 것을 승인해줘야 한다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리디의 첫 제안이 워낙 어마어마했던 탓에 100만 달러의 1/4'은 리디의 양보 에 대한 보답으로 제공할 수 있는 '뭔가 작은 것으로 보였던 모양이다.비록 상사의 결정에 굴복하고 말았지만, 회의 참석자들 중 오직 프레 더릭 라루만이 리디의 제안에 직접적인 반대 의견을 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없는 일인데."라고 반발하면서 라루는 미첼과 매그루더 같은 동료들이 왜 자 신과 같은 생각을 못하는지 분명 궁금했을 것이다. 리디의 계획에 대해 라루가 그 두 사람과 다른 의견을 갖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만, 유난히 눈에 띄는 이유를 하나 꼽자면 바로 세 사람 중 라루만이 리디가 훨씬 더 야심만만한 계획을 제시한 첫 번째와 두 번째 회의에 참석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라루만이 그 두 사람에게 작용하던 상호 성의 원칙과 대조 원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세 번째 계획을 객관적으 로 판단하고 그 황당함을 알아봤던 것이다.

매그루더는 몇 년이 지난 뒤 당시 일을 회상하며 리디의 접근 방식을 가 장 간단명료한 '거절 후 양보' 전략의 사례로 기억했다. "만약 리디가 처 음부터 우리한테 '래리 오브라이언의 사무실에 불법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면 우리는 즉시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리디는 일단 콜걸 투입, 납치, 습격, 파괴, 도청 등의 계획을 한아름 들고 왔다. 절반 아니 1/4만 받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 먼저 빵 한 덩어 리를 전부 요구했던 것이다."

나 같은 봉'과 존 미첼 같은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정치가가 어떻게 똑같이 나는 초콜릿 바를 사달라고 한 보이스카우트 소년의, 미첼은 정 치적 파멸을 판매한 괴짜의 설득 기술에 넘어가 그토록 어리석은 거래를 하고 만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