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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 PART2상호성의 원칙 - 상호성의 원칙은 불공평한 교환을 일으킨다.

by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2024. 2. 17.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part 2 상호성의 원칙

- 상호성의 원칙은 불공평한 교환을 일으킨다.

 

상호성의 원칙에는 부당이득의 도구가 되게 하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서로 간의 공평한 교환을 촉진하기 위해 발전한 상호성의 원칙이 역설적이게도 완전히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상호 성의 원칙에 따르면, 우리는 어떤 행동에 대해서든 그와 유사한 행동으 로 갚아야 한다. 호의는 호의로 보답해야 한다. 호의를 무시나 공격으로 갚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 규칙에는 융통성이 발휘될 여지가 크다. 작은 호의로 비롯된 의무감이 훨씬 더 큰 호의에 대한 승낙을 얻어낼 수도 있 다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상호성의 원칙에 따르면, 처음 호의를 제공하는 사람이 첫 번째 호의는 물론 보답의 형태까지 결정할 수 있는 까닭에 상호성의 원칙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사람은 얼마든지 불공평한 교환을 유도할 수 있다.

 

그 증거를 찾기 위해 다시 한 번 레건의 실험으로 돌아가보자.

실험에서 조는 한 그룹의 피험자에게만 먼저 선물로 콜라를 제공한 다음 실험 마지막에 전체 피험자에게 한 장에 25센트짜리인 복권을 구매해달라고 부탁했다. 지금 밝히는데 레건의 실험은 1960년대 후반, 즉 콜라 한 병 가격이 10센트이던 시절에 실시됐다. 물론 티켓을 일곱 장까지 구입한 인심 좋은 피험자도 있었지만 10센트짜리 콜라를 받아 마신 피험자들은 평균적으로 복권을 두 장 정도 구입했다. 평균만 따져도 조는 상당한 이 득을 올린 셈이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500퍼센트라면 엄청난 성과이지 않은가.

 

하지만 조가 거둔 수익률이 아무리 500퍼센트라 해도 총금액은 50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상호성의 원칙이 이보다 훨씬 큰 불공평 한 상호교환도 일으킬 수 있을까? 상황만 적절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내가 가르치는 한 여대생이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끔찍한 일로 기억하 는 다음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1년 전쯤 어느 날 주차장에 있던 차가 갑자기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 다. 당황스러워하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점프 케이블로 시동을 걸어주더군요. 저는 감사를 표하면서 혹시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연락처를 건넸습니다.

 

한 달쯤 지났을 무렵 그 남자가 찾아오더니 지금 자기 차가 정비소에 들어갔는데 미안하지만 2시간 정도 만 제 차를 빌릴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부탁을 들어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지만 갓 구입한 신차인데다 남자가 너무 어려 보여 사실 좀 불안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남자, 미성년자에 보험 도 들지 않았더군요. 어쨌든 저는 차를 빌려웠습니다. 결국 거의 폐차 직전의 너덜너덜한 차를 돌려받게 됐답니다.

 

어떻게 한 달 전에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전혀 모르는 남자<그것도 미성년자)한테 자신의 신차를 순순히 빌려줬을까?

좀 더 일반 화하자면, 어떻게 처음 받은 작은 호의 하나가 훨씬 더 큰 보답을 일으킨 것일까?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부채의식이 상당히 불쾌한 감정이라는 점이다. 누구나 빚진 느낌을 싫어한다.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에 빨리 갚 아버리고 싶어 한다.

 

이런 기분의 원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호혜 적 관계는 인간 사회에 매우 필수적이라 우리는 누구한테 신세를 지면 불편한 느낌이 들게끔 조건화돼 있다.

 

만약 우리가 누군가의 호의에 보답하지 않는다면, 호혜적 관계가 붕괴되면서 상대방이 다시는 먼저 호 의를 베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은 사회에 전혀 유익하지 않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갚아야 할 의무가 있을 때에는 불안한 느낌이 들도록 훈련을 받는다. 그렇다 보니 불편한 부채의식을 벗어버리기 위 해서라도 자신이 받은 것보다 더 큰 호의를 베푸는 일까지 기꺼이 승낙 한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상호성의 원칙을 어겨 다른 사람의 호의를 받기 만 하고 보답할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배척을 받는다. 물론 예외적으로 능력이나 상황이 열악해 호의를 받기만 해도 괜찮은 경우 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상호성 원칙의 명령을 어기는 사람은 사 회적 반감을 피할 수 없다 wedkimd & Mil, 300).

 

남을 등쳐먹는 배은망덕 한 사람이라는 고약한 별명이 붙은 사람은 기피 대상 1순위가 된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사람들은 때때로 불평등한 교환에 동의한다.

 

내적인 불쾌감과 외적인 수치심이 결합하면 상당한 심리적 비용이 발생한다. 이 심리적 비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종 종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내주는 사람들의 행동도 그다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또한 보답할 수 없는 처지일 때는 꼭 필요한 부탁조차 하지 않으 려는 심정도 이해할 수 있다 De Paulo, Nadler & Fisher, 1983, Creenberg & Shapito, 197:

Ricy & Eckencode, 1986. 차라리 물질적 손실을 감수하는 것이 심리적 비용을 치르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또 다른 종류의 손실에 대한 위험을 우려해 다른 사람의 선물이나 호의를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남성에게 고가의 선물을 받거나 값비싼 저 녁식사를 대접받은 여성들은 신세를 갚아야 할 것 같은 불편한 감정이 든다고 한다. 술 한잔을 얻어 마신 경우에도 부채의식이 생길 수 있다.

 

내 강의를 듣는 한 여학생은 그런 느낌을 보고서에 이렇게 표현했다.

"상호성의 원칙을 배우고 난 후로는 더 이상 술집에서 남자들한테 술을 얻어 마시지 않게 됐다. 남자한테든 나 자신한테든 내가 성적으로 뭔가 보 답을 해야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여학생의 우려에는 근거가 있다. 여성이 자신의 술값을 남성에게 부 담시키자마자 즉시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상대 남성과 성적인 관계를 가 질 확률이 높은 여성으로 취급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Ceorge, Goumic &McAfee, 1988.

 

상호성의 원칙은 인간관계에 대부분 적용되지만, 가족이나 오랜 친구 같은 장기적인 관계에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상호성은 필요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런 '공유적' 관계에서는 Chark & Mils, 1979: MIlS & Cat, 18c 상대에게 뭔가 필요할 때 자발적으로 그것을 제공하려는 형태의 상호성 만 나타난다 clark, Mills & Corcoran, 1989, 이런 유형의 관계에서는 상호성 원칙 을 적용한다 해도 누가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내놓았는지 계산할 필요가 없으며 양쪽 모두 일반적인 규칙을 준수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더 중 요하게 여긴다 Chark, 1984; Clark & Waddell, 1985; Chark, Mils & Powe, 1986. 그렇지만 아무리 친구 사이일지라도 불공평한 교환이 지속적으로 벌어지면 불만 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