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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책

설득의 심리학 - part 2 상호성의 원칙 - 상호 양보

by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2024. 2. 17.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part 2 상호성의 원칙

- 상호양보

상호성의 원칙을 이용해 상대방의 승낙을 얻어내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상대에게 먼저 호의를 제공하고 보답을 요구하는 직접 적인 방법보다는 약간 미묘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훨씬 더 효과적이다.

나 역시 몇 년 전 이런 설득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접 경험한 바 있다.

 

어느 날 거리를 걷고 있는데 11살이나 12살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다가왔다. 아이는 자기소개를 하더니 다가오는 토요일에 열릴 예정인 연례 보이스카우트 서커스 행사의 입장권을 판매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5달러짜리 티켓을 사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토요일 저녁 을 보이스카우트 꼬마들과 함께 보낸다는 것이 생각만 해도 끔찍해 나는 바로 거절했다. 그러자 꼬마가 물었다. "티켓을 사주실 수 없다면 초콜릿 바 몇개만 사주시겠어요? 하나에 1달러밖에 안 해요." 그렇게 초콜릿 바꿀 2개 사주고나니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었다.

첫째, 나는 초콜릿 바를 싫어한다. 둘째, 나는 돈을 좋아한다. 셋째, 나는 초콜릿 바 2개를 들고 멍하니 서 있다. 넷째, 보이스카우트 꼬마는 내 돈 을 들고 유유히 걸어간다. 이 모든 상황이 석연치 않았다.

 

나는 당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연구실로 돌아가자마자 연구 원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논의를 거듭하다 보니 내가 소년의 부탁 대로 순순히 초콜릿 바를 구매하는 과정에 상호성의 원칙이 어떤 영향 을 미쳤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행동을 한 사람은 같은 행동으로 보답받을 자격이 생긴다. 앞에서 봤듯이 다른 사람 의 호의에 우리도 호의로 보답해야 하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양보에 우리도 양보로 보답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보이스카우트 소년은 나를 바로 그런 상태에 빠뜨렸던 것이다.

나한테 1달러짜리 초콜릿 바를 사달라고 부탁한 것은 소년 입장에서는 일종의 양보였다. 소년은 5달러짜리 입장권을 사달라는 부탁에서 한발 물러났기에 상호성의 원칙에 따른다면 내 편에서도 그에 걸맞은 양보를 해 야만 했다. 그리고 앞에서 봤듯이 실제로 그런 양보가 일어났다. 소년이 큰 부탁을 철회하고 작은 부탁으로 바꾸자 나도 거절에서 승낙으로 입 장을 바꾸고 만 것이다. 입장권에도, 초콜릿 바에도 관심이 없었는데 말이다.

이것은 설득의 무기를 이용해 승낙을 받아내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내가 뭔가 구매할 마음이 든 것은 그 물건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상대가 상호성의 원칙이 작동되는 방식으로 구매를 부탁했기 때

문이다. 내가 초콜릿 바를 싫어한다는 사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보이스카우트 소년이 한발 물러나자 '누르면, 작동하는' 반응으로 나역시 한발 물러났다. 물론 상대방의 양보에 양보로 보답하려는 경향은 모든 상황, 모든 사람에 적용될 만큼 강력한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소개 하는 설득의 무기 중 그렇게까지 강력한 것은 없다. 그러나 나와 소년의 거래 과정에서 이 방식은 나로 하여금 좋아하지도 않고 값도 비싼 초콜 릿 바를 엉겁결에 구매하게 만들 정도로 충분히 강력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소년의 양보에 양보로 보답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런 경향이 사회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 집단은 그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실제로 구성원들은 상대가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부터 내놓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는 협동 과정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수용 불가능한 이런 첫 번째 요구를 철회하 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타협을 촉진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상호 양보가 바로 그런 과정인 것이다.

 

상호성의 원칙은 두 가지 방법으로 사회 구성원의 상호 양보를 이끌 어낸다.

첫 번째 방법은 상당히 분명하다. 먼저 양보를 받은 사람한테 그 에 상응하는 양보로 보답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두 번째 방법은 첫 번째 방법만큼 명확하진 않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양보를 받은 사람은 양보로 보답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에 사람들은 부담 없이 '먼 저' 양보를 함으로써 사회에 유익한 교환 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

 

양보에 양보로 보답해야 한다는 사회적 의무가 없다면 과연 누가 먼저 희생 하려 들겠는가? 그랬다가는 자신만 뭔가를 포기하고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해 손해를 보게 될 텐데 말이다. 상호성의 원칙이 작용할 때 우리는 안심하고 상대를 위해 먼저 희생할 수 있고, 상대방한테도 그 희생에 보답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긴다.

 

독자 편지 2.3

 

오리건 주에서 직장 여성이 보낸 편지 입사 초기에 제 전임자가 인수인계를 해주면서 부장님이 굉장히 관대하고 좋은 분이라 일하기 편할 거라고 말해줬습니다. 간혹 꽃다발도 선물 해주고 상황마다 선물도 잘 챙겨준다고 했지요. 자신은 곧 아기를 낳을 예정인데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퇴사하게 됐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런 사정만 아니라면 틀림없이 직장 생활을 계속하지 않았을까 싶었습 니다.

현재 6년째 그 부장님을 모시고 있는데, 저도 전임자와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부장님은 크리스마스 때마다 우리 가족에게 선물을 보 내주고 제 생일도 꼭 챙겨줍니다. 저는 제 직급에서 최고 급여를 받은 지 2년이 지났고, 업무 특성상 승진 가능성도 없습니다. 현재 제가 선택 할 수 있는 대안은 다른 부서로 옮기거나 이직하는 방법뿐입니다. 그러 나 부서를 옮기는 것도, 이직하는 것도 망설여집니다. 부장님이 은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분이 은퇴한 뒤에나 이직을 고려해볼 생각 입니다. 부장님이 그동안 제게 너무 잘해줬기 때문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듭니다.

 

저자의 한마디

지금 당장 더 나은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데도 부장님이 '은퇴한 뒤에 나' 이직을 고려해볼 생각이라니. 부장님의 작은 친절들이 부채의식으로 작용해 결국 이 독자는 급여가 더 높은 직장으로 옮기기를 포기했 다. 직원들의 충성심을 키워주고 싶은 관리자들이 명심해야 할 교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교훈도 있다. 작은 것이 라고 항상 작은 것은 아니다. 특히 상호성의 원칙 같은 중요한 삶의 원 칙과 관련이 있을 때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