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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책

설득의 심리학 - part 2 상호성의 원칙 - 거절 후 양보 전략

by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2024. 2. 18.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part 2 상호성의 원칙

- 거절 후 양보 전략

 

상호성의 원칙은 타협 과정을 지배하기 때문에 '먼저' 양보를 하는 것 은 매우 효과적인 설득 기술이 될 수 있다. 이 간단한 전략을 '거절 후 양보reectonthen retrea 전략이라고 하며, 흔히 '문전박대(orinthe fnce 전략이 라고도 한다.

 

당신이 나한테 어떤 부탁을 하고 싶다고 가정해보자. 승낙 확률을 높이는 한 가지 방법은 내가 틀림없이 거절할 만한 무리한 부탁을 먼저 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절을 당하면 그제야 원래 염두에 뒀던 작은 부탁을 한다. 부탁의 순서만 제대로 설정한다면, 나는 당신이 두 번째 내놓은 작은 부탁을 나에 대한 양보로 인식하고 나도 그에 걸맞은 양보 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결국 당신의 두 번째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 을 것이다.

 

보이스카우트 소년이 나에게 초콜릿 바를 팔려고 일부러 이 전략을 사용한 것일까? 그렇다면 5달러짜리 입장권에서 한발 양보해 1달러짜리 초콜릿 바를 권한 것은 처음부터 초콜릿 바를 팔기 위해 의도적으로 꾸 민 교묘한 계획이었을까? 보이스카우트 우수단원 배지를 아직도 간직하 고 있는 나로서는 제발 아니었다고 믿고 싶다. 큰 부탁을 먼저 하고 작은 부탁을 나중에 하는 것이 계획적이었든 아니든 결과는 같았다.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효과가 있으므로 당연히 이 전략을 '의도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먼저 이 전략이 어떻게 믿을 만한 설득의 도구로 이용되는지 알아보고, 실제로 이용된 예를 살펴본 다음 마지막 으로 이 전략을 가장 영향력 있는 설득 기술로 만들어준 하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보이스카우트 소년을 만난 후 내가 상황 파악을 위해 연구원들을 불 러모았던 일을 기억하는가? 우리는 함께 모여서 증거물을 먹어치웠다. 물론 먹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무리한 부탁을 먼저 해서 거절당한 다음 원래 하려던 작은 부탁을 하는 방법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다. 실험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째, 이런 방법이 나 외에 다른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그날 경험으 로 미뤄 나한테는 분명히 효과가 있는 듯했지만, 나야 원래 별의별 종류의 설득 전 략에 전부 넘어가는 사람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따라서 거절 후 양보' 전략 이 과연 승낙을 얻어내는 유용한 방법으로 인정받을 만큼 많은 사람들 한테 효과가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구해야 했다.

 

만약 그렇다면 우 리가 반드시 익혀야 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터였다. 연구의 두 번째 목적 은 그 전략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는 것이었다. 상당히 부담스 러운 부탁에 대해서도 승낙을 얻어낼 수 있을까? 다시 말해 무리한 부탁 을 앞세워 승낙을 유도하는 작은 부탁이 반드시 '작은' 부탁이어야 할까?

만약 이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가 우리의 생각대로라면 두 번째 부탁이 반드시 작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었다. 첫 번째 부탁보다 작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큰 부탁에서 작은 부탁으로 한발 물러나는 과정에 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양보라는 '형식'일 거라고 가정했다. 그렇다면 두번째 부탁은 첫 번째 부탁보다 작기만 하면 객관적으로 큰 부탁이어도 상관이 없지 않을까? 그래도 여전히 효과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잠깐의 논의를 거쳐 우리는 이 전략을 사용해 아무도 숭낙하지 않을 만한 부탁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지역청소년상담센터 회원처럼 꾸며 어느 대학 교정에서 학생들에게 접근해 혹시 비행청소년들을 인솔해 하루 동안 동물원 관람을 해줄 수 있는지 물어봤다. 보수도 없이 불특정 다수의 비행청소년을 몇 시간 동안 공공장소에서 인솔해달라는 부탁은 학 생들에게 전혀 달갑지 않은 제안일 터였다. 예상대로 대다수 학생들83 퍼센트이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나 같은 질문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하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보수도 없이 동물원까지 비행청소년을 인솔 해달라는 요구를 하기 전에 최소 2년 동안 매주 2시간씩 비행청소년 상 담을 해달라는 내용으로 훨씬 더 큰 부탁을 한 것이다. 우리는 이 극단적 인 부탁을 거절당한 직후 한발 물러나 동물원 관람이라는 '작은' 부탁을 했다. 그러자 성공 확률이 극적으로 높아졌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자 동 물원 관람을 인솔하겠다고 자원한 학생이 세 배로 급증한 것이다 cialdini,Vincent, Lewis, Catalan, Wheeler & Darby, 1975.

 

중요한 부탁에 대한 승낙 확률을 세 배나 높이는 우리 실험에서는 17퍼센트에 서 50퍼센트로 높아졌다 전략이 있다면 당연히 현실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예를 들어 노사협상에서 처음에는 상대가 받아들일 리 없는 극단적인 요구를 했다가 한발 물러나면서 상대한테서도 양보를 이끌어내는 전략 을 자주 사용한다.

그렇다면 첫 번째 요구가 크면 클수록 양보하는 척할 여지도 커져서 더 효과적인 협상이 가능해질까?

그렇지 않다. 이런 전략은 일정 수준까지만 효과를 발휘한다.

 

이스라엘 바르일란 대학교 연구진의 거절 후 양보' 전략과 관련한 연구에 따르면, 처음에 제시하는 요구 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극단적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schwarwald, Roz & ZMbcd, 1979.

 

이런 경우 처음에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면 거래에 성실하게 임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매우 비현실적인 요구를 먼저 제시한 다음 한발 물러서는 행동은 진짜 양보처럼 보이지 않으며, 보답도 받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정말 뛰어난 협상가는 첫 번째 요구를 적당히 과장해 제시한 후 상대와 작은 양보와 대안을 주고받다가 결국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이 원래 원하던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Thompson, 1990.

 

나는 방문판매 업체들을 조사하던 중 또 다른 형태의 '거절 후 양보' 전 략을 발견했다. 이 업체들은 주도면밀하기보다는 임기응변적인 전략을 많이 사용한다. 물론 방문판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제품 판매다. 그런데 내가 조사한 방문판매 업체의 훈련 프로그램들이 하나같이 두 번째로 중요한 목표로 제시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잠재 고객에게서 친구나 친척, 이웃 등 접근을 시도해볼 수 있는 지인들을 추천받는 일이었다.

 

방문판매원이 방문판매를 '추천'한 친숙한 지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경우 (PART 5에서 다룰 다양한 이유들에 따라서) 판매 성공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 기 때문이다.

물론 제품 판매를 일부러 거절하도록 한 다음 한발 양보해 지인들을 추천받으라고 가르치는 방문판매 업체는 없었다. 하지만 일단 고객이 제품 구매를 거절하면 그 순간을 기회로 삼아 지인을 추천받으라는 훈 련은 나도 여러 번 받았다. "고객님께서 지금은 좋은 백과사전 세트를 들 여놓을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신다면, 혹시 저희 제안에 관심을 가질 다른 분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성함과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제가 연락을 취해보겠습니다." 평소라면 끈질긴 영업사원한테 절대 지인의 이름을 넘겨주지 않을 사람들이 방문판매원이 제품 구입 권유에서 한발 양보한다는 듯 이런 부탁을 해오면 큰 고민 없이 지인들의 이름을 제공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