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part 2 상호성의 원칙
- 원치않는 호의도 갚아야 한다.
앞에서 우리는 상호성의 원칙에 따르면 아무리 이상하고 불쾌하고 달 잡지 않은 사람이라도 호의를 먼저 베풀 경우 상대의 승낙을 받아낼 확률 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상호성의 원칙에는 그 막강한 위력 외에도 이런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원치 않는 호의를 받았을 때도 부채의식이 촉발된다는 점이다 Pease & Glin, 2000. 상호 성의 원칙은 상대에게 받은 대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해 서 요청한 것을 제공받았을 때에만 부채의식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뜻 이다. 미국 상이군인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단순한 기부금 요청 편지에 대한 응답률은 18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편지와 함께 상대가 부탁하지도 않은 선물(접착제를 바른 주소 라벨)을 동봉해 보내자 성공 확률이 거의 두 배나 치솟아 35퍼센트에 달했다. 물론 자신이 원해서 부탁한 호의를 제공받았을 경우엔 보답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강하게 들 것이 다. 그렇지만 먼저 요청했을 경우에만 부채의식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상호성 원칙의 사회적 목적을 잠시 생각해보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 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상호성 원칙의 성립 목적은 사람들 사이에 호혜 적 관계의 발전을 촉진해 누군가의 손실에 대한 두려움 없이 호혜적 관 계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상호성 원칙의 목적이 그리하다면 상대방의 요청 없이도 제공하는 첫 번째 호의에도 부채의식을 불러일으 킬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호혜적 관계는 그런 관계를 조장하는 사회 에 상당한 이익이므로 사회에는 상호성의 원칙을 제대로 작동시키려는 강한 압력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저명한 프랑스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 Macel Maus, 1954가 선물 교환과 관련해 인류 문화에 존재하는 사회적 압력 을 설명하면서 세상에는 '줄 의무'와 '받을 의무', 갚을 의무'가 있다고 말 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갚을 의무가 상호성 원칙의 핵심이라면 받을 의무는 상호성의 원칙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받을 의무가 있기 때 문에 자신이 빚을 지고 싶은 사람만 선택해 빚을 질 수 없다. 결국 호혜 적 관계의 주도권은 남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 과정을 알아보기 위 해 앞에서 언급했던 사례들을 다시 살펴보자.
첫째, 레건의 연구에서 조 가 제공한 콜라를 받아 마신 피험자는 조가 판매하는 복권을 두 배나 많 이 구입했지만 그 콜라는 애초에 피험자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 조는 자 발적으로 실험실을 나가 자신이 마실 콜라와 피험자에게 줄 콜라를 사 들고 돌아왔다.
그러나 피험자는 콜라를 거절하지 않았다. 조의 호의를 거절하는 일이 왜 곤란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첫째, 조는 콜라 구입에 이미 돈을 썼다. 둘째, 실험이 잠시 중단돼 조 자신이 콜라 한 병을 마시며 쉬는 상황에서 동료 피험자에게 콜라 한 병을 권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호의였다. 셋째, 그런 상황에서 피험자가 조의 배려를 거절한다면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콜라를 받아 마신 피험자는 조에게 부채의식이 생겼고, 조가 복권 구매를 부탁하는 순간 이 부채의식은 더욱 분명해졌다. 여기서 나타난 불균형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이 실험에서 자유로운 선택은 전부 조의 몫이었다. 맨 처음 제공한 호의의 형태도, 이후 보답의 형태도 조가 선택했다. 물론 피험자에게 조의 제안을 모 두 거부할 선택권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런 선택 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쪽 제안이든 거절을 하려면 피험자는 상호 성의 원칙을 지지하는 문화적 압력에 맞서야 했을 테니 말이다.
많은 단체들이 뜻밖의 선물이 일으키는 의무감을 이용한다. 기금모금 을 요청하는 편지와 함께 작은 선물, 개인용 주소 라벨, 축하 카드, 열쇠 고리 등을 동봉한 편지를 보내는 자선단체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작 년 한 해에만 이런 편지를 다섯 통이나 받았는데 두 통은 상이군인단체 에서, 나머지 세 통은 기독교 단체와 병원 등에서 온 편지였다.
모든 편지의 내용은 비슷했다. '동봉한 물건은 우리 단체에서 드리는 선물로 생 각해달라, 우리가 요청하는 것은 물건 대금이 아니라 선물에 대한 작은 성의 표시일 뿐이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기독교 단체 한 곳에서 보낸 편지에는 내가 받은 카드 한 세트는 판매가 아니라 '나의 친절한 마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제공한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세금 혜택은 논외로 하더라도 카드를 상품이 아니라 선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해당 단체에 어떤 이득이 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무리 원하지 않는 선물이라도 일단 선물에 대해서는 보답을 해야 한다는 강력한 문화적 압력이 있 지만 원하지 않는 '상품'을 억지로 구매해야 한다는 압력은 전혀 없기 때 문이다.
독자 편지 2.2 남자 대학생이 보낸 편지
작년에 추수감사절 휴가를 보내기 위해 집으로 향하던 중 자동차 바퀴가 터지면서 상호성 원칙의 막강한 위력을 직접 실감했습니다. 간호사 옷을 입은 한 여성 운전자가 차를 세우더니 나를 집까지 태워다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우리 집이 25마일이나 떨어져 있는데다 방향도 그녀의 목적지와 반대쪽이라 그녀의 호의를 극구 사양했지만 그녀는 계속 돕고 싶다며 고집했고 사례금도 받지 않으려 했습니다. 사례도 못한 채 그녀를 보내고 나니 이 책에서 설명한 불편한 감정이 엄습해왔습니다.
다음 날이 되자 나의 불안은 부모님한테까지 옮고 말았습니다. 상호성 의 원칙과 남의 호의를 갚지 못한 데서 비롯된 불편한 감정은 우리 가족 에게 약간의 노이로제 증상까지 일으켰습니다. 우리는 꽃이나 선물이 라도 보내려고 그 간호사의 소재를 수소문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 다. 만약 그녀를 찾을 수만 있다면 우리 가족은 그녀가 어떤 부탁을 하든 들어줬을 것입니다. 빚진 느낌에서 벗어날 길을 찾을 수 없자 어머니 는 남아 있는 유일한 방법에 의지했습니다. 바로 천국에서라도 그녀에 게 합당한 보상을 해달라고 추수감사절 만찬 식탁에서 하나님께 기도드 리는 방법이었습니다.
저자의 한마디
이 일화는 요청하지 않은 호의도 상호성의 원칙을 일으킨다는 사실 외 에도 상호성의 원칙에 따르는 의무감에 대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특 징을 보여준다. 상호성의 원칙은 처음에 직접 호의를 주고받은 사람 들한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속해 있는 집단 구성원한테까지 확대 적용된다.
남학생이 받은 도움 때문에 가족 전체가 빚진 기 분을 느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가능하기만 했다면 간 호사뿐 아니라 간호사의 가족을 도와서라도 빚을 갚으려 했을 것이다
Goldstein et al.,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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