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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책

설득의 심리학- part 2 상호성의 원칙- 상호성의 작동 방식/ 압도적 위력

by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2024. 2. 17.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part 2 상호성의 원칙

 

- 상호성의 작동 방식

 

인간 사회는 상호성의 원칙에서 상당한 이득을 얻고 있기 때문에 사 회 구성원들은 상호성의 원칙을 신뢰하고 따르도록 확실히 훈련받고 있다. 우리는 모두 상호성의 원칙을 어기지 말라고 배웠으며 이를 어길 경우 사회적 제재와 비난을 받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받기만 하고 내 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로 혐오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파렴치하고 배은망덕한 인간, 무임승차자 등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항상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다 보면 우리의 부채의식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에게 걸려들 때도 많다.

 

상호성의 원칙이 설득의 무기라는 사실을 인식한 사람들이 그 원칙을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이용하는지 알아보고 싶다면 심리학자 데니스 레 건 Dennis Regan, 1971이 실시한 실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구진은 피험자를 다른 피험자 한 사람과 함께 미술 작품 몇 점을 평가하도록 하는 '미술감상' 실험에 참가시켰다. 다른 한 피험자(조라고 하자)는 동료 피험자 인척했지만 사실 레건 박사의 조수였다.

실험은 두 가지 서로 다른 조건 에서 진행됐다.

첫 번째 실험에서 조는 요청하지도 않은 작은 호의를 진짜 피험자에게 베풀었다. 실험 도중 휴식 시간에 조는 몇 분 동안 실험실 을 나갔다가 콜라 두 병을 들고 들어와 한 병은 자신이 마시고 나머지 한 병은 피험자에게 건네주면서 "실험자한테 콜라 좀 마셔도 되냐고 물어 보니 괜찮다고 해서 같이 마시려고 한 병 더 사왔어요."라고 말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 조는 피험자에게 아무런 호의도 베풀지 않고 휴식 시간 에 잠깐 밖으로 나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밖에 조의 모든 행동은 첫 번째 실험과 동일했다.

미술 작품 평가가 끝나고 실험자가 잠깐 실험실을 비운 사이 조는 피 험자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당첨되면 신차를 받을 수 있는 복권을 자 신이 지금 판매 중인데, 복권 최다 판매자는 상금으로 50달러를 받게 되어 있으니 한 장에 25센트짜리 복권을 구매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한 장 만 사주셔도 됩니다. 물론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요." 이 연구의 주목 적은 두 가지 조건에서 피험자가 구입하는 복권의 매수가 얼마나 달라 지는가를 보는 것이었다.

 

조는 당연히 처음에 콜라를 건네며 호의를 베 풀었던 피험자에게 더 많은 복권을 팔았다. 조에게 뭔가 신세를 졌다는 생각을 한 첫 번째 피험자들은 아무런 호의도 제공받지 못한 두 번째 피 험자들보다 두 배나 많은 복권을 구매했다.

 

레건의 연구는 상호성 원칙 의 작동 방식을 매우 간략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상호성의 원칙을 이용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 압도적 위력

상호성이 다른 사람의 승낙을 얻어내는 효과적인 도구로 이용되는 이 유는 상호성의 원칙이 지닌 압도적인 위력 때문이다. 그 힘은 몹시 강력해서 부채의식 같은 감정이 없다면 단박에 거절당할 법한 요청에도 네 라는 응답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다.

 

레건의 두 번째 실험 결과를 보면 상호성 원칙의 위력이 어떤 요청의 수락 여부에 영향을 미칠 만한 특정 요인들을 무력화시키는 일반적인 경우를 볼 수 있다. 레건은 상호성의 원칙이 승낙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상대에 대한 호감이 승낙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을 뒀다.
조에 대한 호감도가 복권 구매 결정에 얼마 나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하기 위해 레건은 먼저 설문 조사를 통해 조에 대한 피험자들의 호감도를 평가했다.

 

그러고는 피험자의 호감도와 그가 조한테서 구입한 복권의 매수를 비교해봤다. 조에 대한 호감도가 높을 수록 복권 구매량도 확실히 높아졌다. 이 정도로는 놀라운 발견이라 하 기 어려울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더 큰 호의를 베풀고 싶은 것은 인 지상정이니 말이다.

 

그러나 레건의 실험에서 나타난 흥미로운 결과는 조한테 콜라를 받은 피험자의 경우 호감도와 승낙 사이의 정비례관계가 완전히 사라졌다 는 것이다.

일단 조에게 신세를 지고 나자 조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이 없었다. 피험자는 조에게 보답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고 실제 로 보답을 했다. 조를 싫어한다고 답했던 피험자도 조를 좋아한다고 답 했던 피험자와 동일한 분량의 복권을 구매했다.

 

상호성의 원칙은 매우 강력해서 평소라면 승낙 여부에 영향을 미쳤을 상대에 대한 호감이라는 요인마저 압도해버렸던 것이다.

 

이 실험은 우리가 평소에 싫어하는 사람, 가령 불쾌하고 달갑지 않은 영업사원이나 기분 나쁜 이웃, 왠지 이상하고 의심스러운 단체 회원 등의 사람들도 우리에게 어떤 요청을 하기 전에 작은 호의를 베풀면 원하 는 결과를 얻어낼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 실제로 벌어졌 던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하레 크리슈나 협회 Hare Krishma Society 는 수백 년 전 인도 콜카타에서 발생한 동양 종교의 분파 중 하나다. 그런데 1970년 대 들어 신자의 수뿐만 아니라 협회 재산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들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했는데, 그중 가장 눈길을 끈 방법은 협회 회원들이 공공장소에서 행인들을 대상으로 한 모금이었다.

 

미국 진출 초기에 협회가 사용한 모금 방식은 너무나 독특해서 한 번 본 사람은 절 대 잊을 수 없을 정도였다. 머리를 삭발하고, 헐렁한 법복 차림에 다리엔 각반을 차고, 손에는 염주와 종을 든 크리슈나의 열성 신도들은 한목소 리로 박자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거리에서 모금을 했다.

 

이런 방식은 행인들의 관심을 끄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을지 몰라도 모금에는 성과가 없었다. 최대한 좋게 표현해도 평범한 미국인들은 크리슈나를 이상한' 사람들로 여겼고 그런 단체에 기부금을 내려 하지 않 았다.

협회 측도 대중을 그런 식으로 상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금방 깨달았다. 사람들은 협회 회원들의 외모와 옷차림, 행동 방식 등을 좋아 하지 않았다. 평범한 기업이었다면 해법은 간단했을 것이다.

 

대중이 싫어하는 것들을 바꾸면 된다. 그러나 크리슈나 협회는 종교단체이므로 회원들의 외모, 옷차림, 행동 방식 등은 일정 부분 종교적 요소와 관련이 있었다. 종교적 요소들은 세속적인 평가에 쉽게 좌지우지될 수 없기 때 문에 크리슈나 지도부는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한쪽에는 종교적 의 미가 있는 의상과 헤어스타일의 문제가, 다른 한쪽에는 그런 외모에 부 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미국 대중의 문제가 조직의 재정적 안정을 위협 했던 것이다. 적절한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

 

크리슈나의 해결책은 기발했다. 행인들이 모금을 요청하는 협회 회원 들에 대해 호감을 가질 필요가 없는 모금 방식을 도입했던 것이다. 협회는 레건의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상대에 대한 비호감마저 압도할 수 있 는 상호성의 원칙을 도입한 모금 방식을 사용했다.

보행자의 통행이 많은 공공장소(특히 공항을 선호했다)에서 기부를 요청하는 방식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요청을 하기 전에 목표 대상에게 '선물', 주로 책(대개 「바가바드 기타.)이나 협회의 정기 간행물인 「백투 갓헤드, 그리고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꽃 한 송이 등을 나눠준 점이 달랐다.

회원들은 무방비 상태로 지나가던 행인 앞에 갑자기 등장해 꽃 한 송이를 손에 쥐어주거나 옷깃에 꽂아줬다. 상대방이 극구 사양하면 "아닙니다. 저희가 드리는 선물 입니다."라고 말하며 절대로 꽃을 돌려받지 않았다. 회원들은 이런 식으 로 먼저 상호성의 원칙이 위력을 발휘하는 상황을 조성한 다음 모금을 요청하곤 했다.

 

먼저 베풀고 나중에 얻어내는' 하레 크리슈나 협회의 전 략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덕분에 협회는 대규모 기금 조성은 물론 미 국 전역과 해외에 걸쳐 사원과 사업체, 주택, 센터 321시설 등을 소유하 게 됐다.

 

크리슈나가 상호성의 원칙에서 더 이상 효과를 얻지 못하게 된 것은 원칙 자체의 사회적 영향력이 약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크리슈나가 그 원칙을 적용하기 전에 피하는 방법을 사람들이 찾아냈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크리슈나의 희생양이 된 적이 있는 여행객들은 공항이나 기차 역 등지에서 법복을 걸친 크리슈나 협회 모금원들을 최대한 경계하면서 '선물' 받을 가능성을 미리 차단했다.

결국 크리슈나의 재정 상태는 다시 극도로 악화됐다. 북미에서만 30퍼센트의 사원이 재정 문제로 문을 닫 았고 남아 있는 사원에서 일하는 추종자도 5,000명에서 800명 정도로 급감했다.

 

다른 단체들도 작은 선물을 이용하면 평소라면 어림없을 행동을 유도 할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

설문 조사원들은 설문지를 발송할 때 소액 현 금(1달러 은화나 5달러 수표 등)을 선물로 넣어 보내면 동일한 금액을 설문 응답 이후 보답으로 제공하는 경우보다 설문 응답 확률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Singer, Van Holwyk & Maher, 2000, Wariner, Goyder, Gjersen, Homer & Mcspuren, 1996.

 

한 예로 어느 연구에서는 보험 관련 설문지에 5달러 짜리 수표를 선물'로 동봉해 보낼 경우 설문 응답 후 보답으로 50달러를 지급하는 경우보다 두 배나 높은 효과를 얻었다james & Bolstein, 1992.

 

식당 종업원들 역시 손님들에게 영수증과 함께 사탕이나 껌 등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더 많은 팁을 받을 수 있었다 stromez, Rind, Fiaher & Lymn, 2002.

 

판매사원들도 뭔가 선물을 받은 고객들이 평소라면 거절했을 제품과 서비스를 기꺼이 구매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Gruner, 1996.

 

이런 '기브 앤 테이크'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사람들은 매우 어린 시절 부터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어느 초등학교 5학년 영어 선생님이 학생들 을 상대로 과거• 현재 • 미래 시제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시험을 치른 일화를 보내줬다. '나는 준다의 미래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업가 기질이 넘치는 한 학생이 '나는 받는다'라고 답했다는 내용이었다. 문법 규칙은 몰라도 사회적 규칙만큼은 정확히 알고 있는 학생이었다.

 

 

[독자 편지 2.1 뉴욕 주의 어느 직장 여성이 보낸 편지]

뉴욕 주 로체스터의 한 기업에서 법률자문 일을 하는 저는 주로 주간 근 무를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중요한 업무를 마무리짓느라 밤늦게 까지 남아 있게 됐지요. 텅 빈 주차장을 빠져나오던 중 자동차가 빙판 위를 미끄러지면서 바퀴가 그만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늦은 시 간이었고 주위는 춥고 어두웠죠.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퇴근하고 난 후 였습니다. 다행히 지나가던 다른 부서 직원이 저를 발견하고 다가와 차 를 끌어내줬습니다.

그로부터 2주 후 인사 관련 서류를 검토하던 중 저는 바로 그 직원이 몇가지 심각한 회사 규정 위반으로 고발 조치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직원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지만 저는 사장 앞에서 그 직원을 변명해줬습니다.

 

아직까지도 꽤 많은 직원들이 그 직원의 인품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저는 여전히 그에게 신세를 진 기분이 들 어 계속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답니다.

 

저자의 한마디

레건의 실험에서 밝혀졌듯이 직원의 인품 자체는 그 직원이 독자를 도 와줬다는 사실만큼 이 독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