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PART 3 일관성의 원칙
신속한 결정
일관성은 대부분 유익하게 작용하므로 우리는 간혹 곤란한 상황에서 도 자동적으로 일관성을 발휘하곤 한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일관성 을 발휘하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런 맹목 적인 일관 성조차 나름의 매력이 있다.
첫째, 자동화된 대부분의 반응과 마찬가지로 일관성 역시 복잡한 현 대 생활에서 지름길을 제공한다. 어떤 주제에 대해 일단 마음을 정하면 일관성을 고수하는 편이 훨씬 편하다. 그 주제에 대해 더 이상 궁리할 필 요가 없기 때문이다. 주제에 관한 자료를 찾아 정보의 바다를 헤맬 필요 도 없고, 찬반을 결정하려고 정신적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도 없으며, 어려운 결정을 내리느라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다. 어떤 주제와 맞닥뜨 렸을 때 그저 일관성 기록 장치만 '누르고, 작동하면' 무엇을 믿고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바로 알게 된다. 과거에 내린 결정에 맞춰 일관성 있는 생각과 말, 행동만 하면 된다.
이런 편리함의 매력은 과소평가할 수 없다. 고도의 정신적 집중과 에 너지가 필요한 복잡한 현대 생활을 비교적 손쉽게 헤쳐나가도록 편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동적인 일관성반응을 억제하기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끊임없이 사고chinking 를 계속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일단 일관성 기 록 장치가 작동하면 우리는 사고라는 고역에 심하게 시달릴 필요 없이 일상의 일들을 즐겁게 처리해나갈 수 있다. 조슈아 레이놀즈joshua Reymolds 의 말처럼 사고라는 진짜 노동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사람이 못할 일이 없다.
자기만 의 요새
기계적 일관성에는 약간 비뚤어진 두 번째 매력이 있다. 우리가 심사 숙고를 피하는 이유는 힘들고 어려운 인지적 작업 때문이 아니라 심사 숙고의 가혹한 결과 때문인 경우도 많다. 엄밀한 사고를 통해 너무도 분명한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결론에 도달할까 두려워 정신적인 게으 름을 피우는 것이다. 세상에는 차라리 몰랐으면 싶은 불편한 진실이 있다. 이런 경우 자동적 일관성을 통해 이미 프로그램된 무의식적 반응을 보일 수 있다면, 곤란한 현실을 피해 안전한 요새에 숨을 수 있다. 완고 한 일관성이라는 요새 안에 숨어 이성의 포위 공격을 피하려는 것이다.
어느 날 밤 나는 초월명상 프로그램 Transeendental Meditaton 입문 강의를 듣다가 이성적 사고가 가져올지 모를 불편한 결과를 피하려고 일관성의 요새 안에 숨어버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다. 새
로운 회원 을 모집하려고 입문 강의를 개설한 젊은 초월명상 강사 2명은 자신들이 마련한 프로그램을 수강하면 기초 단계의 내적 평화부터 공중에 뜨거나 벼운 동과하는 등 수장로가 훨씬 비싼 고급 단계의 놀라운 능력까지 온 갖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렇듯 특별한 회원모집 강의에서 어떤 설득 기술을 사용하는 지 알고 싶어 참석을 결정했는데, 평소 이런 일에 관심을 보이던 통계학 및 기호논리학을 전공한 교수 친구를 하나 데리고 갔다. 강의가 진행되면서 강사들이 초월명상의 바탕 이론들을 설명하기 시작하자 내 친구는 점점 더 안절부절못했다.
고통스러운 듯 좌불안석이던 친구는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강의를 끝낸 강사들이 질문하라고 하자 친구는 손을 번쩍 들더니 침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철저히 반박하기 시작했다.
채 2분도 지나지 않아 강사들의 복잡한 주장에서 어떤 부분이 왜 모순되고, 비논리적이며, 근거 없는지 정확히 지적해냈다. 강사들은 대단히 충격을 받은 듯했다. 잠시 어안이 벙벙해 있다가 각자 답변을 시도하던 그들은 이내 포기하고는 서로 뭔가 의논하더니 결국 내 친구의 지적이 더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훌륭한 지적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나에게 더 흥미로웠던 점은 청중의 반응이었다. 질의응답 시간이 끝나자 수많은 청중이 초월명상 프로그램을 수강하려고 계약금 75 달러를 들고 두 강사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강사들은 계약금을 접수하 며 서로를 쿡쿡 찌르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낄낄 웃어댔다. 몰려드는 수강생에 매우 들떠 있었어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프레젠테이션을 완전히 망치고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엄청난 설득력을 발휘해 대성공을 거뒀으니 말이다. 나역시 상당히 놀라긴 했지만, 청중이 내 친구의 논리적인 주장을 이해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사실은 정반대였다.
강의가 끝나고 강의실 밖에서 있는데 이미 계약금을 납부한 청중 3명 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우리에게 강의에 참석한 이유를 물었다. 우리는 참석 이유를 알려주고 세 사람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사람은 연예계에서 꼭 성공하고픈 배우 지망생이었는데 초월명상 을 통해 연기에 필요한 감정절제 기술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참석했다고 했다. 강사들이 틀림없이 가능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사람은 불면증이 몹시 심한 여성인데 초월명상을 통해 편안한 마음으로 푹 잠 들고 싶다고 했다. 세 번째 사람은 대변인으로 일하며 주경야독하는 대학생인데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낙제 위기에 처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초월명상을 통해 밤잠을 줄이는 훈련을 받아 남은 시간을 공부에 할애 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흥미로운 점은 초월명상 강사들이 두 번째 여 성에게는 불면증 치료를 보장하고, 그와 정반대되는 고민을 가진 세번째 대학생에게는 밤잠을 줄여주겠다고 장담했다는 것이다.
나는 세 사람이 초월명상 프로그램에 등록한 것은 틀림없이 논리학자인 내 친구의 반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하고 내 친구의 발언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져봤다. 놀랍게도 그들은 내 친구의 주장 을 꽤 정확하게 이해했다. 아니 사실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내 친구의 주장이 매우 타당하고 설득력 있어 오히려 그들은 현장에서 즉시 등록을 했던 것이다. 세 번째 대변인 남자의 말을 듣고 그 사실을 확인했다. "사실 저는 지금 빈털터리나 마찬가지라 오늘 밤 당장 등록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기다릴 생각이었죠. 그런데 여기 당신 친구분이 반론을 제기하자 당장 돈을 내고 등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 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집에 돌아가서 고민할 테고 그랬다가는 제때 등록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제야 상황이 이해됐다. 이들은 정말 심각한 문제를 끌어안고 살고 있는 탓에 해결 방법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따라서 강사들을 믿을 수만 있다면 초월명상에서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몹시 강렬하다 보니 초월명상이 그 해 결책이라고 믿고픈 마음이 몹시 간절했던 것이다. 그런데 내 친구의 모습으로 이성의 목소리가 갑자기 끼어들더니 겨우 발견한 해결책의 근거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반박하기 시작했다. 패닉이다. 논리의 희생자가 돼 다시 희망 없는 삶을 살기 전에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빨리빨리 이성을 방어할 요새를 세워야 한다.
어리석고 자 기기만적인 요새라 해도 상관없다. "빨리 생각을 피해 숨자! 여기 빨리 내 돈을 받아주시오. •••••휴, 아슬아슬하게 살았네. 이제 이 문제는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겠군." 일단 결정을 내리면 필요할 때마다 일관성 의 기록 장치가 작동을 시작한다. "초월명상? 물론 나한테 도움이 된거야. 수업도 계속 들을 거고, 초월명상의 효과도 믿어. 벌써 돈을 냈는데 당연한 것 아냐? 이, 생각 없이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마음 편한 일인가. "여기서 잠깐만 쉬어 가자. 안달복달하면서 발바닥에 땀나 도록 찾아 헤매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도서,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득의 심리학 - PART 3 일관성의 원칙 -일관성의 열쇠는 입장 적립 (0) | 2024.02.18 |
---|---|
설득의 심리학 - PART 3 일관성의 원칙-애타는 숨바꼭질 (1) | 2024.02.18 |
설득의 심리학 - PART 3 일관성의 원칙 (1) | 2024.02.18 |
설득의 심리학 - 상호성의 관계- 상호성의 원칙에 대응하는 자기 방어 전략 (2) | 2024.02.18 |
설득의 심리학 - part 2 상호성의 원칙 - (1) | 2024.02.18 |